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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만에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가 담긴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고흐가 남동생 태오에게 쓴 편지들을 모아놓은 책인데요. 그의 문장들 또한 그의 그림만큼이나 아름답고 깊이있답니다. 오늘 저는 이 말이 가장 와 닿았어요.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이렇게 대단한 화가도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큰 위로가 되지 뭡니까. 제게 와닿았던 책속의 글들을 이곳에 함께 나눠봅니다. 

 

 

-많이 감탄해라 

아를의 밤의 카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삶은 소중히 여겨야 할 값진 것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이 무의하고 소모적인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사랑을 느낄 때인것 같다. 

 

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 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 그래서 늘 변하게 마련인 우리 마음과 날씨를 생각해 볼 때,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초벌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듯

아몬드 나무

나의 최종 목표가 뭐냐고 너는 묻고 싶겠지. 초벌 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듯, 최초의 모호한 생각을 다듬어감에 따라 그리고 덧없이 지나가는 최초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감에 따라 그 목표는 더 명확해질 것이고, 느리지만 확실하게 성취되는 것이 아닐까. 

 

나의 내면이나 사물을 보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굳이 변한 것을 말하자면, 당시에 내가 생각했고 믿고 사랑했던 것을 지금은 더 생각하고 더 믿고 더 사랑한다는 것이다. 

 

새장에 갖힌 새는 봄이 오면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안다.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이 감옥을 없애는 게 뭔지 아니? 깊고 참된 사랑이다.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최상의 가치이며, 그 마술적인 힘이 감옥의 문을 열어준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것과 같다. 사랑이 다시 살아나는 곳에서 인생도 다시 태어난다. 이 감옥이란 편견, 오해, 치명적인 무지, 의심, 거짓 겸손 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사랑에 빠졌다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우리가 사랑에 빠졌다면, 그냥 사랑에 빠진 것이고, 그게 전부 아니겠니. 그러니 실의에 빠지거나 감정을 억제하거나 불빛을 꺼버리지 말고, 맑은 머리를 유지하도록 하자. 그리고 "신이여 고맙습니다. 저는 사랑에 빠졌습니다"하고 말하자.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추수, 아를

감수성이야말로 어떻게 정의를 내리거나 비판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도 그 책을 쓴 작가가 사물을 더 넓고 더 관대하게, 그리고 사랑으로 바라보고, 현실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배울 것이 있어서이다. 그러나 선와 악, 도덕과 부도덕에 대한 군소리에는 정말 관심이 없다. 

 

-습작에의 몰두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붓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려면

아를의 붉은 포도밭

물론 처음부터 성공할 수는 없겠지. 모베는 내가 붓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되려면 최소한 열 번은 망치게 될 거라 하더구나. 하지만 그런 후에야 더 나은 미래가 있을 테니 실패해도 낙담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침착하게 작업하고 있다. 

 

아직은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온전히 표현할 수가 없다. 투박해야 할 부분은 충분히 투박하지 못하고, 섬세해야 할 부분 역시 충분히 섬세하지 못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어려움에 도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그 장면을 종이에 옮겨놓으려 노력했고, 내 생각은 표현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루만에 기술을 다 익힐 수는 없을 테니까. 

 

 

 

-내 안에 있는 힘을 느낀다.

아를르의 밤의 카페

나는 매일 수채화  그리는 법을 익히고 있다. 이제 그림을 팔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았다. 작은 노파의 그림을 완성했다. 분명 언젠가는 내 그림이 팔릴게다. 날 믿어라. 하루 종일 지칠 정도로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것도 아주 기쁘게 말이다. 내 안에 어떤 힘이 있는 걸 느낀다. 난 그걸 밖으로 꺼내 풀어놓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난 성공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려 한다. 

 

-나는 예술가 입니다. 

자화상

모베는 내가 "나는 예술가입니다"라고 말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꼈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을 취소할 마음은 없다. 왜냐하면 나에게 그 말은 무엇인가를 온전하게 찾아낼 때까지 늘 노력하는 걸 의미하거든. 그건 "난 그것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 이미 그걸 찾아냈지요"라는 이야기와는 정반대 되는 말이다. 나에게는 그 말이 "나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고, 아주 열중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조용한 싸움

침실

이제 내 데생을 보고 "이건 과거에 그린 그림이잖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재미로 아팠던 것은 아닌가 보다. 

 

-풍경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기억속에는 낮에 본 장관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서 도저히 그 그림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장면의 흔적은 남아 있었다. 그 풍경이 나에게 말을 걸었고, 그것을 빠른 속도로 받아 적었다. 내가 그렇게 받아 적은 것은 판독할 수 없는 단어와 실수, 결함을 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는 여전히 숲이나 너도밤나무, 여러 인물들이 나에게 들려준 것의 일부가 남아 있다. 그것은 누가 가르쳐준 방법이나 체계 안에서 습득한 인습적인 언어가 아니라 자연 그 자체에서 나온 언어다. 지금은 툭 트인 바다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유화는 빠른 속도로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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