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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8회에 이런 대사가 있어.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거보다 세계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아파트는 평당 300kg을 견디게 설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나 강당은 하중을 훨씬 높게 설계하고
한 층이래도 푸드 코트는 사람들 앉는데랑 무거운 주방기구 놓은데랑 하중을 다르게 설계해야 되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거야
내 친구 중에 정말 똑똑한 놈이 하나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 정말 큰 인물 하나 나오나 싶었는데
근데 그 놈이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 있다가 뜬금없이 머리깎고 절로 들어가버렸어.
그때 걔네 부모님도 앓아 누우시고 정말 동네 전체가 충격이었는데
걔가 떠나면서 한 말이 있어
아무것도 갖지 않은 인간이 되어 보겠다고
다들 평생 뭘 가져 보겠다고 고생고생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다 보여주기 위해서 아둥바둥 사는데
뭘 갖는 건지는 모르겠고
어떻게 원하는 걸 갖는다고 해도
나를 안전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내 진정한 내력이 아닌것 같고
그냥 다 아닌 것 같다고
무의식 중에 그놈 말에 동의하고 있었나보지.
그래서 이런저런 스펙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이력서보다 달리기 하나 쓰여있는 네 이력서가 훨씬 쎄보였나 보지
주인공 박동훈이 삶의 가장 큰 외력을 마주했을 때 한 얘기야. 인간은 나를 집어삼킬 것 같고 무너뜨릴 것 같은 커다란 외력을 마주할때라야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힘을 가늠해 보는 존재인지도 몰라. 그런 의미에서라면 어쩜 인생에서 가장 큰 외력을 마주할때만큼 나를 바라보기 좋은때도 없겠지. 근데 그 과정이 참 예외도 면역도 없이 아파.. 인생의 언제 어느때 만나도 고통스러워...저 안에 분명 보물이 있다는데 그 보물을 캐러 가는 여정이 너무 너무 아프고 고단한거야. 그래서 대부분은 처음부터 도망가. 혹은 중도에서 이탈하지.
박동훈은 매우 커다란 삶의 외력을 마주했어. 아내가 대학동기이자 자기 회사대표랑 바람이 났고 난 그걸 알게됐고, 또 대표는 회사에서 나를 짜르려고 계략을 부리는 상황이니까..근데 이와는 다르게 우리의 삶에서는 어떤 외력 없이도 스스로가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상하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
그들이 불행한 이유는 그냥 내력의 문제인거야. 이른바 잘난 사람들의 불행은 그렇게 탄생하는 것 같애. 그들의 두 눈은 위쪽만을 향하고 있어. 그리고 끓임없이 그 위로 오르고 싶어해. 아래와 옆은 보지도 보이지도 않아. 오직 위만 봐. 그들은 끓임없이 저보다 잘난 사람들을 찾아 비교하고 또 비교하고 시기심과 경쟁심을 동력삼아 스스로를 어떤 목표를 향해 몰아붙여. 근데 위만 본다는 건 자신의 위치는 언제나 맨 밑바닥이라는 거야. 그래서 이미 많은 것을 이루고 가졌음에도 자존감이 바닥이고 내력 또한 바닥에 머무르게 되는거지.
많이 가지고도 불행하고 싶다면 위만 보고 나보다 잘난놈을 찾아 비교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삶을 살면되. 그러면 높이 올라앉아 있어도 언제나 바닥에 있는 기분으로 병맛 인생을 살게 될 수 있을거야.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목표를 이룬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닌 것 같애. 적게 가지고도 만족할 수 있다면,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도 실패하고도 내가 나를 따듯하게 수용할 수 있다면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되 또 기회가 있을거야' 라고 얘기할 수 있다라면 그가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의 내력이 훨씬 더 강하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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