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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정된 나의 책읽는 패턴을 좀 벗어나 보고 싶어서 빌린 책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내게는 정신적인 성장이 더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그런쪽의 책들만 읽게 되더라. 그것 또한 불균형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아차렸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들어있다기 보다 그 길로 가기 위한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직접 몸으로 겪어낸 삶의 지혜와 통찰이 담긴 글들이 많아서 울림이 있었고 옮겨 적다보니 이렇게 길어졌다. 이곳에 함께 나눈다.
책속에서
-마흔이 될 때까지
바보같이 기다리기만 했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가 파하기만을
중학교때는 연합고사 끝나기만을
고등학교 때는 대학들어가기만을
대학에 들어가서는 내 손으로 돈 벌기만을
직장에 들어가서는 성공하기만을
미국 작가 바비언 그린은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했다.


-한 번도 해본적 없는 일은 기본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없다. 그걸 일정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며 '나중에 나중에'하고 미루다보면 시간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흘러가 버린다. 인생을 풍요롭게 경험하고 살려면 일단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차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일어난다.
돌이켜보면 일단 공을 차 놓았던 일은 대체로 다 수습됐다. 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했지 싶을 정도로 썩 훌륭하게 말이다. 이런 경우, 저런 경우를 떠올리며 공연히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부터 하는 것이 준비가 아니다.
최고의 준비는 10분 기도한 뒤, 곧바로 공을 차는 일이었다.

-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허세를 부리면 잘 될 수가 없어요. 세상이 그리 녹녹지 않은 법이죠. 하지만 또 자존감이 없으면 사람이 망가질 수 있지요. 자그만 시련에도 금세 시든다고 할까요. 내가 요리사로, 또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자존심은 잘 내려놓고 자존감은 높은 사람들이 대부분 잘되었어요.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내가 쉬는 동안 나 대신 열심히 일할 아바타가 필요하다. 작가나 작곡가는 그들이 쉬는 동안 그들의 작품이 돈을 번다. 연예인은 그들이 쉬는 동안 그들의 얼굴과 출연한 방송물이 돈을 번다. 자본가는 그들이 쉬는 동안 그들의 자본이 돈을 번다. 기업가는 그들이 쉬는 동안 직원들이 돈을 번다. 일종의 아바타론이다. 반면 월급쟁이는 자신의 노동력을 판 시간 동안은 꼼짝없이 자유를 제약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본인이 몸을 놀리지 않는 동안은 어떤 수익도 발생하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선생은 거기서 더 나아가 전업 투자자의 길로 들어서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게 되면 박 선생이 쉬는 동안에도 그 기업들은 박 선생의 아바타처럼 끊임없이 이익을 창출한다. 그리고 박 선생은 놀라운 자유와 시간을 획득하게 된다. 나와 여행하는 동안에도 박 선생은 주식을 보유한 기업으로부터 차례로 배당을 받았다. 여행하는 중에도 돈을 벌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울 수 밖에.
나는 선생님처럼 돈을 벌지는 못하고 있지 않냐고 겸연쩍어하자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앞으로 여러 책을 써서 강 국장님 말대로 많은 아바타들을 만들게 되겠지요. 나도 그렇게 되기를 빌어줄게요. 진심으로"
-"나는 아무 이유없이 돈을 빌려주거나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게 사람을 망가뜨리기 때문이죠"
"누군가에게 함부로 돈을 건네면 그 사람의 능력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돈이 생명줄이지만, 멀쩡히 직장 잘 다니는 사람에게 친하다는 이유로, 친척이라는 이유로 턱턱 돈을 건네면 안 됩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버는 능력을 그 사람에게서 영원히 빼앗는 거니까요"


-"장사할 때 손님을 감동시키면 돈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그렇지 않고 장사할 때 돈만 쫒으면 손님이 돈으로 보입니다. 어떻게든 지갑을 벗겨내려고 하죠. 지갑은 오직 감동한 사람만이 다시 엽니다. 세상 모든 일이 똑같습니다. 세상 모든 것 중에 장사가 아닌 것이 어디 있나요? 그렇다면 내가 파는 상품, 요리, 물건, 책 모두 그것을 사는 사람을 감동시켜야 해요. 그럴 때 돈이 쫒아오는 거예요."
-공연히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40대는 인생의 가을"이라는 사멸의 이미지를 덮어 씌우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일본의 마사코 와카미야 할머니는 정년퇴직하고 나서 60세 때 컴퓨터를 접한 뒤, 81세에 아이폰 앱을 개발했다고 한다. 81세에 '하나단'이라는 노인용 게임 앱을 만들어 앱 스토어에 올렸다. 최고령 앱 개발자가 된 거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가져온 박스 안에는 14년간 썼던 다이어리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한장씩 넘겨가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매년 다이어리에 거의 똑같은 글귀가 쓰여 있었던 것이다. "하루에 딱 원고지 20매씩만 쓰자"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콧등이 시큰해졌다. 내가 잊으려 했고, 애써 지우려 했던 나의 '글'이 다시 나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명이냐 무명이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냥 내 정체성의 일부였던 것이다.


다행히 그렇게 다시 나와 만난 나의 글은 내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돈과 명예, 인정, 이런 것들에 조바심 나게 하지 않았다. 단지 하나만 채근했다. '그냥 써라. 그게 너의 정체성이다. 마음속에 할 이야기가 차오르면 그걸 토해내면 된다. 매일 매일 조금씩'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돼.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야말로 이제껏 '위대한 업'을 시도해보려던 내 의지를 꺾었던 주범이지. 이미 십 년 전에 시작할 수 있었을 일을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어. 하지만 나는 이 일을 위해 이십년을 기다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해"
나는 십수년전에 시작할 수 있었던 일을 이제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20년 후에 시작하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제 글과 친구가 될 것이다. 너무 잘하려 애쓰지 않고 긴 세월 친구를 사귀듯 묵묵히 써갈 것이다.
-매스컴과 전문가들의 현란한 용어와 수사에 흔들리지 마세요. 그리고 농부가 농사를 짓는 정성으로 주식을 바라보세요. 그러면 주식을 이해하고 투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잃고 탐욕에 잠시라도 흔들린다면 주식은 강 국장님에게 파멸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인생이 공평한 것은 누구나 무엇이든 몸으로 겪어보아야 제대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 있어요. 성공을 거두는 거야. 주식 투자 무섭죠? 실패할까 봐 두렵지요? 하지만 딱 한 번만 제대로 목표물을 맞추는 투자를 성공시키고 나면 돈도 벌지만 용기와 자신감도 버는 거예요. 그냥 집에 앉아서 '용기야 생겨라, 자신감아 나와라' 한다고 생기는게 아닙니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 정신분석학자인 김혜남은 파킨슨병을 앓는다. 그런 그녀는 파킨슨병과 투병하던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다섯 권의 책을 썼다. 합쳐서 120만 부가 팔려나갔다는 것도 감탄할 일이지만 더 놀라운 건 그런 엄청난 질병과 싸우면서 책을 다섯 권이나 써냈다는 사실이다. 절망이나 우울증에 빠져 있어도 시원찮을 처지 아닐까? 몸이 성한 사람도 책을 한 권 쓰러면 몇 년을 끙끙거린다. 그런데 그녀는 슬픔이나 우울에 잠겨 있지 않았다.
그녀는 버티기 라는 생각을 들려준다. 세상은 다 버티는 거란다. 그러니 잘 버티는 게 중요하단다.
게다가 버텨낸다는 건 그냥 주어진 것에 말없이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고 김혜남은 말한다. 버티는 동안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분노와 모멸감, 부당하다는 생각 등이 용광로처럼 뒤섞이며 끓어오른다. 타인의 기대에 자신을 맞추기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게 버티는 것이라는 얘기다.
버팀의 고수인 그녀가 가르쳐주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한 발짝씩 가기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소변이 자주 마렵단다. 어느 날 밤 그녀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 나서려는데 다리가 움직이지를 않더란다. 자칫 바지에 실례를 할 판이었다. 비참하고 막막한 심정으로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한 발을 떼어보았더니 움직이더란다. 다시 한 발을 보며 천천히 떼고, 또 다른 발을 보며 천천히 떼고..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새 화장실이었단다.
'아, 한발짝이구나!' 그때 그녀는 깨우쳤다. 먼 곳을 바라보지 말고 한 발짝씩 떼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닿는다는 것을. 세상을 버텨내려면 무조건 한 발짝씩 내딛어야 한다.
또 한가지 방법은 의존심을 없애는 것이다.
"내 환자들을 보면,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보통 경과가 더 좋아아진다. 의지할 곳이 없어지면 자아는 자기를 살리게끔 돼 있다" 어려서 억울한 일이 있어 애써 참고 있을 때 누가 "어? 얘 우네. 운다 운다" 이러면 누구나 여지없이 울음을 터뜨린다. 어른이 되서도 마찬가지다. "너 정말 힘들겠다" 이렇게 옆에서 자꾸 얘기해주면 스스로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다. 힘들어도 된다고 믿게 된다. 하지만 김혜남은 사소한 일까지 상처라고 말하면 삶이 문제 덩어리가 돼버린다고 말한다. 우리는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다. 어린아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나면 운다.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른은 다르다. 의존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더 이상 기댈 데가 없을 때 어른이 된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삶에 닥쳐온 시련을 '물 위에서' 버텨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상 도시를 만들었다.
-"책으로 공부한 사람들은 책에만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몸으로 세상을 익힌 사람들은 중요한 건 현실에 있다는 걸 알아요. 머리는 사람을 속이죠. 하지만 몸은 안 속이거든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 건,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자기 편하게 상상하기 때문이에요. 튤립 한 송이가 집 한 채 값인 적도 있었다면서요? 간혹 그렇게 사람들이 미쳐버릴 때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예요. 항상 현실을 관찰하세요.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하세요. 머리는 스스로를 속입니다. 그래서 몸으로 하는 공부, 경험으로 하는 공부가 병행되어야 하는 거예요"
-"강 국장님,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면 죽을 각오로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봐요. 그러면 마치 이게 정말 내가 한 일인가 싶을 정도의 느낌을 받는 순간이 옵니다. 내 인생에도 그런 순간들이 한 서너 번 있었어요. 열심히 씨 뿌리고 나무 심고 거름 주고 가꾸고 하다가 어느 순간 눈을 들어보면 커다란 나무에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매가 달려 있는 게 보이는 거지. 주워 담을 바구니가 모자랄 만큼 말이오. 그런 순간은 간절하게, 죽도록 간절하게 바라고 노력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와요. 반드시 옵니다"
-"회계를 왜 하는지 알아요? 특히 사업하는 사람들이? 다 증빙하는 거예요.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거란 말입니다. 내 머릿속에 아무리 잘 정리되어 있으면 뭐해요? 상대방이 이해 못하면"
증빙은 결국 나 자신을 보호하는 거구나. 선생은 그걸 내게 가르쳐주려고 한 거였구나.
-"고통 때문에 삶을 자기 손으로 마감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어요. 정말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있다면 새벽이 오기 전 가장 어두는 것처럼 이제 곧 새벽이 올 거라고요. 난 '고통의 저축통장'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겪은 고통을 차곡차곡 쌓으면 그게 나중에 내가 누릴 행복이 되는 거라고요. 하지만 고통의 저축 통장이 비어 있으면 무엇도 쉽게 이룰 수 없지요. 지금 고통의 저축 통장을 채우고 있다 생각하고 힘을 냈으면 합니다"
내 나이 또래의 X세대(90년대 초반 대학 생활을 했던 1970년대생들) 들은 상당수가 고통과 결핍 없이 자랐다. 그래서일까. 막연히 고통과 결핍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과감히 투자해야 할 때 머뭇거린다. 용감하게 도전해야 할 때 슬그머니 발을 뺀다. 그러면서도 미래에 대한 준비는 치밀하지 않다. 아주 작은 고통과 결핍에도 민감하다. 고통과 결핍을 잘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다. 불안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박 선생은 정반대다. 자신이 겪어봤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위험이 닥칠 때 오히려 두 눈 뜨고 마주한다. 정확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헤쳐 나갈 방도를 찾는다. 리스크도 적극적으로 헷지 한다. 본인이 겪은 고통과 결핍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다시는 그런 상황이 도래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이건 불안과는 다르다. 막연하지 않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누리기 위해서는 역시 기본기를 다지는 지루한 시간이 필요하다. 스키를 즐기기 위해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고 싶은 조바심을 참고, 넘어지는 법, 회전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처럼
-이상하지요. 비행기 타는 것을 그렇게 싫어했던 내가 유럽에 가야 겠다고 갑자기 나서게 된 것도 그렇고, 또 여러 도시들을 방문할 때마다 자주 성당을 방문하게 되는 것도 그렇고 말예요. 나는 그게 자꾸 신이 나를 유럽으로 부른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내 눈에 비친 그는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뚫고 헤쳐 나가는 인간 의지의 화신 같아 보였다. 그런 그가 '포르투나' 즉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다.
난 그 어떤 종류의 교리도 배운 적이 없어요. 하지만 신이 나를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마음으로 평생 살아왔지요.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신이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이제 나이 예순이 되었지요. 그런 나를 보고 기독교의 신이, 하나님이, 나를 당신의 본향이라 할 유럽으로 초대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이상하지요. 눈 돌리면 보이는 신심 가득한 성당들을 보면 더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때와 기회는 온전히 신의 영역이다.
인간의 영역은 그때와 기회가 왔을 때를 위해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일 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
때와 기회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며
주어진 운명에 기꺼이 순응할 수 있게 되기를
-유럽 여행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게 영어실력이었다.
"영어를 좀 잘했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선생이 말했다.
"강 국장님은 영어를 잘 하는 거예요"
"유창하게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필요한 만큼의 어조와 어눌함이 있다는 거예요"
당신 친구 중에는 영어를 매우 잘한다고 늘 자랑하던 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랬는데 언젠가 함께 외국 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었단다. 당연히 영어를 아주 잘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분의 영어가 아주 곤란한 경우였던 거다. 언어의 기본은 일단 의사전달인데 그게 전혀 안됐다는 거였다. 길을 묻거나 물건을 사거나 차표를 끓을 때도 항상 "유 노?"로 시작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이상한 버릇만 선보였을 뿐이고, 그걸 본 상대방은 영어를 잘하는 줄 알고 빠르게 연음을 붙여 말하는 바람에 밥도 잘 못 얻어먹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강국장님의 영어는 솔직하지요. 내가 지금 무언가 아쉬워서 부탁하는 사람의 어조와 태도가 잘 배어 있어요. 묻고자 하는 내용을 아주 정확하게 전달하죠. 그래서 지금껏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거예요. 아주 거칠게 얘기하면 "얻어먹을 자세가 되어 있다는 것'이죠"


"얻어먹을 자세가 되어 있다고 해서 거지같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절대 오해 마세요. 그게 모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기본 자세라는 의미예요. 칭찬이지요. 서비스업이란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거니까요. '찻잔은 주전자보다 낮아야 물을 얻는다'는 말이 있어요. 자신을 낮추는 것은 기본입니다. 자신을 낮춘다는 게 뭐겠어요. 잘난척 안하고 허세 부리지 않는 거예요. 자존심 안 세우는 거고요"
-잘 모르는 사람은 잘 아는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그게 삶의 원리다. 성공하는 방법을 모르면 성공한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돈 버는 방법을 모르면 돈 버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 권력을 갖는 방법을 알고 싶으면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그래서 배워야 한다.
배우는 방법은 관찰밖에 없다. 잘된 사람은 대체 본인이 왜 잘됐는지 모른다. 그러니 잘 모르는 사람은 그들을 관찰하면서 그들이 남긴 글과 대화 등을 참고해서, 그 안에서 삶의 원리를 찾아 내는 수밖에 없다. 나는 일단 그렇게 하기로 했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인터뷰 행간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보기에 잘될 수밖에 없는 요인을 하나하나 찾아내기로 했다. 그러다보면 뭔가 거대한 그림이 만들어지는 한편 아주 디테일한 방법들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자존감은 매우 높은 반면, 자존심을 꽤 쉽게 내동댕이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자존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허세가 붙는다. 없어도 있는 척하게 되고 몰라도 아는 척하게 된다. 박선생이 나에게 영어를 잘한다라고 한 건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자존심을 내려놓았다는 것일 게다.
대통령이 표를 얻는 것이나 장사꾼이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나 직장인이 상사를 대하는 것이나 거지가 돈을 동냥하는 것이나 원리는 같다. 자존감으로 충만하여 자존심을 내려놓고 숙이느냐, 자존감은 땅에 떨어진 상태로 자존심만 남아 숙이지 못하느냐가 차이를 만든다. 어쨌든 찻잔은 주전자보다 낮아야 물을 얻는다.
-돈 많이 벌고 싶다고 갑자기 과욕을 부리면 망해요. 큰일 납니다.
강국장님 속마음을 내가 알죠. 회사 14년인가 다녔다면서요. 그러다 자의든 타의든 그만뒀으면, 14년간 따박따박 받던 월급이 끊긴 거죠. 마음이 급해질 겁니다. 강국장님만 그런거 아니에요. 명퇴해서 퇴직금 몇 억씩 챙겨들고 나온 대기업 출신들도 똑같아요. 그 사람들 마음도 강 국장님이랑 비슷하죠. 십 몇년씩 회사 다닌 사람들, 다 회사에서 인재 아니었겠어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무척 크죠. 안 그래요?
그래서 조급해집니다. 사실 회사를 중간에 나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창업이 아니에요. 우선 씀씀이를 대폭 줄이는 거예요. 버는 돈은 없는데 씀씀이는 예전과 똑같다면 퇴직금을 수억 원 받아도 금세 뭉텅뭉텅 사라지죠. 어어 하는 사이에 모아둔 돈을 꽤 까먹고 나면, 갑자기 마음이 바빠집니다. 귀도 덩달아 얇아지죠. 얼마만 투자하면 월수익 얼마 보장, 이런 글귀가 귀에 와서 팍팍 꼿히는 거예요. 덜컥 프랜차이즈 가입해서 가게를 냅니다. 거기서부터 고생 시작되는 거예요.
회사 나오면 다른 거 없어요. 제일 먼저 씀씀이 줄이고 몸을 확 낮춰야 해요. 바닥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겁니다. 강 국장님 내 말 명심해요. 주위에서 난 정말 많이 봤어요. 마음이 급하면 욕심이 눈을 가리고, 욕심이 눈을 가리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사실 중년에 접어든 내게는 늘 어떤 조바심 같은 게 있었다. 빨리 무언가 이루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 그게 한번 요동을 치면 마음이 잘 잡히지 않았다. 곧 내 삶의 끝이 훅 하고 다가올 것 같은 불안함. 그게 마흔을 넘어서면서부터 항상 마음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조금만 마음이 무너져도 곧바로 튀어나와 난장을 부렸다. 남들은 다 20-30대 젊은 시절, 세상의 인정을 받고 무언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이루는데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인정을 원했고 칭찬이 고팠다.
그런 마음은 퇴사 이후에 정말 눈덩이처럼 커졌다. 소위 '먹고사니즘'은 무서웠다. 가뜩이나 조바심에 출렁대는 마음인데, 정작 몸은 빈둥대고 있으니 그 엇박자는 계속 내 몸과 마음을 울렁거리게 했다.
문제는 그 '조바심'이 무언가를 '끝까지 하는' 데에는 아주 쥐약이라는 점이다. 나는 대학 시절 기타를 좀 배웠다. 약간 코드를 잡고 치게 되니까 기성 가수들처럼 기타를 잘 치면서 노래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되려면 차근차근 노력을 해서 실력을 늘려가야 할 텐데, 조바심이라는 녀석은 나를 그렇게 차분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한 며칠 기타를 잡고 용을 쓰다가 잘 늘지 않는 데 실망해서 기타를 내던지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동안 기타를 잊고 지내다가 또 어느 날 오디션 프로그램 한 번 보고 나면 또 기타를 꺼내 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내 기타 실력은 20년째 그대로다. 늘 제자리걸음이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기타를 잡았던 친구들 중에는 프로급이 된 친구들이 많다. 그들은 조바심 내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자신의 실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20대 때 그걸 알았더라면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텐데.
외국어도 마찬가지다. 영어 책을 사고, 전화 영어를 시도하고, 영어 학원에 다니고.... 별의별 방식으로 영어 공부를 했다. 하지만 영어 공부의 경우에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영어를 잘해보겠다는 굳은 결심이 있었고, 그에 따라 비용을 투자하는 공부 방법의 선택이 있었다. 하지만 항상 조바심에 걸려 넘어졌다.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남들처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뛰려고 욕심을 부렸다. 그 욕심만큼 실력이 늘지 않으면 영어 공부를 때려치우곤 했다. 그러다 또 어떤 계기로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늘 그런 일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영어실력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퇴사후 중년의 우울에 시달리던 나는 늘 조바심을 느끼곤 했다. 조직을 떠나서도 내가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시작해보겠다고 버둥거리기만 했다. 그럴수록 마음도 허방을 짚었다.
그럴 때 신사동 호랭이의 한걸음 한걸음 정신이 내게 무언가 깨달음을 줬다. '만약 내가 거쳐야 할 단계를 거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거치자' 또 '이것저것 남들이 잘된 분야를 기웃거리지 말자.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신사동 호랭이. 그는 생활이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오전 7시 30분에는 자리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또 술은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프리랜서라 조금만 관리를 잘 못하면 일이 전혀 없어서 수입이 한 푼도 생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나는 지금까지 늘 화려한 결과만을 주목해왔던 것 같다. 어느 날 혜성같이 나타난 사람들에게 환호하고 부러워하면서도 실제 진득한 액션을 취하지는 못했다. 그냥 부러워만 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시간을 속절없이 흘려보냈다. 조바심의 결과다. 그러나 그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결국 답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갑작스럽게 성취하는 경우는 없다. 무엇인가 시도해야 한다. 소셜미디어의 스타인 킴 카다시안도 어쨌든 자신의 몸을 관리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적어도 그녀는 그걸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는 노력이라도 기울였다. 그녀가 왜 세계적인 스타가 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방법으로는 아니어도, 그녀는 그녀 나름의 노력을 한걸음 한걸음 했던 거다.
신사동 호랭이가 EXID의 위아래, 티아라의 롤리폴리 등 350여 곡의 히트곡을 서른 두살의 나이에 내 놓은 것을 보고, 그는 천재야 라고 한마디로 규정지어 왔다. 그래서 내게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던 거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그가 학창 시절 "해맑은 문제아" 였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이돌이 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서, 중국집 배달, 행사 진행, 가수 매니저, 음식점 주방장 등의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는 것을 안다. 케이크워크 같은 초창기 작곡 소프트웨어를 독학으로 익힌 노력파였던 것도 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막연한 조바심을 버리고 진지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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