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드는 책 '그때그때 가볍게 산다'. 카톨릭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장성숙 교수가 쓴 책이다. 자신의 인생과 더불어 상담현장에서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통찰한 '삶의 태도' 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심리학이라는게 서양에서 시작되고 발달하다보니 서양의 심리학자, 서양의 상담가들이 쓴 글을 번역한 책으로 공부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동질감을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 종종 있다. 그래서일까 이런 책을 발견하면 나는 기쁘다. 누구나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문장으로 써주신것에도 감사!! 

 

 

박력 있게 산다는 것 

스티브 잡스가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한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가 말하길, 자기는 성공의 아이콘이며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더이상 일어설 수 없게 되니 아쉬운게 한둘이 아니라고 했다. 인생을 좀 더 즐기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당부하기를,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번 다음에는 반드시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라고 했다.  

 

나이가 꽤 들은 지금에 와서는 나와 비슷한 사람(무색무취, 그다지 튀지 않는것을 선호)을 보면 왠지 지루하다. 화끈한 맛도 모르고 매사를 적당히 하는 안전제일주의자 같아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언젠가 떠날 세상살이라면 좀 더 재미나게 살다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으면 더욱 좋고, 누가 뭐라든 개의치 않고 자신을 충분히 발휘하며 살아보고 싶다. 

 

꼭 나쁘리란 법은 없다.

'아, 마음을 싹 비우면 그렇게 편안해지는구나'. 고통을 심하게 겪은 사람은 일반인보다 마음 비우는 일을 훨씬 힘 있고 화끈하게 하는 것 같다.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마음을 화끈하게 비우고 나면 도리어 편안해지게 마련이다. 이에 비해 일반 사람들은 좀처럼 그렇게 화끈하게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오래도록 미련을 갖는다. 그러니 자연히 질질 끌려가듯 살아가는 형상이다. 자잘한 것들로 번민에 잠기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도 덫없이 흐른다. 

 

 

 

그때그때 가뿐히 말한다. 

겉보기와는 달리 들끓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절절매는 이들이 꽤 있다. 참다 참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상하거나 부당하다고 여겨지면 그때그때 반응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억울함이라는 찌꺼기가 남지 않아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렇게 해야 본인을 지킬 수 있으며 상대방도 조심하게끔 만들어 서로를 살릴 수 있다. 

 

불편한 마음을 상대에게 곧바로 말했다가 화를 당할까봐 두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가 하는 말이 합당하다면, 상대는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설사 상대가 동의하지 않거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도 그것은 상대의 몫이므로 두려워할 것이 없다. 즉, 부당한 상대의 처신에 대해 개의치 말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남들이 알아서 예의를 갖추기를 기대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주위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예의 있게 대해 주겠지만, 영악한 사람이라면 도리어 상대를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취급하려 든다. 그렇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이는 상대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는 의존과 같다. 그러니 자기 삶의 주도권을 남에게 넘기지 않으려면, 그때그때 가뿐하게 말하도록 힘써야 한다. 

 

 

도망치지 않는다

 

 

힘이란 과거에 휘둘리지 않고 현실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간다는 의미다. 과거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현실에 더 충실하게끔 하는 원동력이 된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겠다. 하지만 세사한 이해에 몰두하느라 도리어 현실에서 힘차게 살아나가는 것을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낭비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도피다. 현실에서 한 발자국씩 발을 내디디는 게 힘드니까 자기를 이해한다는 명목으로 슬쩍 비켜서는 태도라는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엄밀히 말해 우리는 단지 현재에 존재할 뿐이다. 다른 것이 아무리 중요해도 준비운동에 불과할 따름이고, 진짜는 자신의 현실에서 힘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허구나 상상 또는 기억이 아니라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에 온 힘을 쏟아야 하며, 그래야만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 

 

 

 

자기다울 때 자유로워진다. 

 

기죽지 않고 배포를 가지고 살려면 무엇보다 자신감, 말 그대로 '자기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자기에 대한 믿음을 기르기 위해서는 마음, 즉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언제 어디서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기를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이 자라난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키우면, 마침내는 배포가 커지고 더욱 자유로워진다.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힘은 '표현의 자유로움'에서부터 비롯하는 것이지 싶다. 

 

 

부족함을 받아들인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의 말이 떠올랐다. 족히 2만 시간 정도 연습하고 나서야 비로소 빙판 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말. 나 자신도 비교적 자신 있게 상담을 실시하게 된 시점을 헤아려보니,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던 것 같다. 방판 위에서의 묘기나 상담에서의 자유로움도 그 정도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숱한 때가 낀 마음을 청청하게 하기가 어찌 쉽겠는가. 이 역시 수많은 시간을 들여 연마해야 자유자재로 그런 경지에 다다를 수 있으리라. 

 

그래서 이제 안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꾸준하게 하다 보면, 그리하여 충분히 무르익으면 언젠가는 원하는 대로 될 것을 믿기로 했다. 잘되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는 것도 자신의 수준을 과대평가하는 욕심이지 않을까 한다. 부족한 것에 안달하기보다 아직은 그 정도가 자기 수준이려니 인정하고, 그저 꾸준히 노력하는 게 더 현명할 것이다.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