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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1월 1일에 읽은 책, 11분. 평안하고 안전한 삶을 바라며 낯선 경험들에 대해 언젠가부터 No. No. No를 외치면서 살았던 것 같다. 내가 꿈꿨던 삶이란게 과연 인간의 노력, 계획, 통제로 가능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가능한 한 모험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낯선 것들은 경계하며 매순간 마음속으로 보이지 않는 통제의 고삐를 쥐고 살아온 것 같다. 작품속 마리아도 그랬다. 올해 내 삶에 YES를 외치면 어떤일이 일어날까 궁금해진다.
우리집 마당에는 두마리의 길고양이가 산다.(나는 두녀석이 다 여자고양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씨 좋은 1층 할머니가 거둔 녀석들인데 나도 매일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 마당 구석을 찾는다. 한마리는 YES를 외치는 녀석이다. 그녀는 나의 손길도 그르렁거리며 담뿍 받아들인다. 나를 보면 먼저 인사를 해주고 내가 바빠 그냥 지나칠 모양이면 특유의 상큼한 목소리로 나를 불러세운다. 다른 한마리는 경계심도 두려움도 많은 녀석이다. 그녀는 내가 다가가기 무섭게 이를 드러내며 하악질을 한다. 그런데 공격적인 표정과 다르게 몸은 계속 뒤로 뒤로 빠진다. 녀석은 나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들이 있지 않을까 '쟤가 날 다치게 할지 몰라' '내가 상처받을지도 몰라' '언젠가 길에서 만났던 어떤 인간처럼 쟤도 함부로 대할지 몰라' 그런데 그녀의 생각이 정말 맞을까?? 나에겐 그런 마음이 1도 없다.. 되려 그 반대다. 문득 나도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냥이가 나같아서 마음이 아렸다..
삶에게 YES라고 말해야 겠다. YES YES YES !!! . 신이 운전하는 롤러코스터 위에 올라앉아 보는거야. 그 롤러코스터가 움직이는 궤도가 내 운명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 순간까지,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한다는 것은 마리아에게는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꿈꾸는 것은 아주 편한 일이다. 그 꿈을 이루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는 힘든 순간들을 그렇게 꿈을 꾸면서 넘긴다. 꿈을 실현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욕구불만 사이에서 망설이며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을, 특히 부모와 배우자와 자식을 탓한다.
돌이켜보면, 그녀는 몇몇 남자들과의 연애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경험만을 하기로 마음먹고는 "예"라고 말하고 싶을 때 "아니오"라고 말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왔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미지의 세계 앞에 서 있다. 이제까지 그랬듯이, 이번에도 '아니오'라고 말해야 할까? 그랬다가 평생을 후회하며 보내게 되지 않을까? 연필을 빌려달라고 했던 첫사랑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이후로 그녀는 그때의 '아니오'를 계속 후회해오지 않았던가! "예"를 시도해보지 못할 이유가 뭐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세상의 제물일 수도 있고,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난 모험가일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어떤 시선으로 내 삶을 바라볼 것인지에 달려 있다. 마리아는 자신이 보물을 찾아 떠난 모험가이기를 택했다.
하숙집에 있을 때는 일할 시간만을, 일을 할 때는 하숙집으로 돌아갈 시간만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고 있는 셈이다. (중략). 죽기 전에 삶을 위해 싸워보고 싶다. 혼자 걸을 수 있을 때,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것이다.
브라질에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양치기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양치기는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 하지만 바로 그 어려움 덕분에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었다. 그녀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진정한 운명을 만나기 위해, 모델이 되기 위해 해고당했다는 것을 분명이 의식하고 있었다.
롤러코스터에 오르는 사람들은 스릴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일단 그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겁에 질려, 멈춰달라고 내리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뭘 원하는 걸까? 모험을 선택했다면, 끝까지 갈 각오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롤러코스터보다는 안전한 회전목마나 타는 게 낫다고 뒤늦게 생각한 것일까? (중략) 롤러코스터, 그게 내 삶이다. 삶은 격렬하고 정신없는 놀이다. 삶은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는 것, 위험을 감수하는 것,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도 같다. (중략)
오늘 이후로 의기소침해질 때마다 이 놀이공원을 떠올릴 것이다. 잠이 들었다가 롤러코스터 안에서 갑자기 깨어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갇혔다는 기분이 들 것이고, 커브가 두려울 곳이고, 거기서 내려 토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롤러코스터의 궤도가 내 운명이라는 확신, 신이 그 롤러코스터를 운전하고 있다는 확신만 가진다면, 악몽은 흥분으로 변할 것이다. 롤러코스터는 그냥 그것 자체, 종착지가 있는 안전하고 믿을 만한 놀이로 변할 것이다. 어쨌든 여행이 지속되는 동안은, 주변 경치를 바라보고 스릴을 즐기며 소리를 질러대야 하리라.
예전에 나는 몸을 파는 여자들에 대해, 오죽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그런 짓을 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지금 나는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안다. 나는 '예'라고도 '아니오'라고도 말할 수 있었다. 그 둘 중 하나를 나에게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거리를 걸으며 행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그들 역시 나처럼 운명에 의해 '선택당한' 것은 아닐까? (중략) 나는 나 자신이 전혀 불쌍하지 않다. 나는 희생자가 아니니까.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는 온종일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까지 그녀는 늘 다른 사람들이, 어머니가, 학교 친구들이, 아버지가, 모델 에이전시 직원들이, 프랑스어 선생이, 식당 웨이터가, 도서관 사서가, 길을 다니는 생면부지의 행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를 먼저 걱정했다. 사실, 불쌍한 외국 여자에 불과한 그녀에 대해 특별히 뭔가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중략) 이젠 지겨워. (중략) 나는 실제의 나보다 더 똑똑하게 보이려다 늘 손해를 봤어. 이제 그런 바보짓은 그만둘거야.
명예, 긍지, 나 자신에 대한 존중.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이 세 가지 중 어느것도 가진 적이 없다. 나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사랑받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고, 늘 옳지 않은 결정만 내려왔다. 이제 나는 삶이 나 대신 결정을 내리도록 내버려둘 것이다.
작든 크든, 거만하든 소심하든, 친절하든 냉정하든, 모든 남자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들은 두려움에 휩싸여 코파카바나에 들어선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호기롭게 큰 소리를 쳐 두려움을 감출 뿐이다.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은 두려움이 사라지길 기대하며 술을 마신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은 모두 두려워한다. 뭘 두려워하는 걸까?
두려움에 떨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신체적인 힘도 무기도 없이 그들을 따라 낯선 장소로 가야 하는 나다. 남자들은 아주 이상하다. 코파카바나에 오는 남자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만난 모든 남자들이 그렇다. 그들은 때릴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여자를 죽도록 두려워한다. 그 남자들의 어머니도 아니고, 결혼한 상대도 아니면서, 그들을 겁에 질리게 하고 온갖 변덕을 부려 마음대로 조종하는 여자가 있게 마련인 것이다.
일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에 여러 사람이 마리아에게 청혼을 해 왔는데, 적어도 그중 셋은 아주 진지했다. (중략) 그들 셋 모두 그녀를 '여기서 꺼내주겠다'고, 정상적인 가정과 미래, 자식과 손자들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모든 걸, 하루에 단 11분을 위해! 세상에나! 코파카바나에서 경험을 쌓은 마리아는 이제 자신만 외로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략) 그녀와 함께 지내고자 했던 다른 모든 남자들도 그녀처럼 파괴적인 감정, 자신이 이 땅 위에 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다는 느낌이 시달리고 있었다.
나는 이때껏 사랑을 자발적인 노예상태로 여겨왔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다. 자유는 사랑이 있을 때에만 존재하니까. (중략) 나는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었을 때 상처를 받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오늘, 나는 확신한다. 어느 누구도 타인을 소유할 수 없으므로 누가 누구를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을.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몇 달 만에 처음으로 그녀를 하나의 대상이나 여자로서가 아니라 뭐라 표현할 수 없는다른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는 눈길을 느낀 것이다. '그는 내 영혼, 내가 느끼는 두려움, 나의 연약함, 삶을 스스로 지배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과 싸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내 능력을 바라보고 있어'
그녀는 과거를 돌아보고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용서했다.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단 한 번 시도한 뒤 포기하고 만 자신감 없었던 소년의 잘못이었다. 그들은 아이들이었고, 아이들은 대개 그렇게 행동했다. 그녀도 소년도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었다. 그것이 그녀에게 크나큰 안도감을 주었다. 그녀는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그녀는 자기 삶의 첫번째 기회를 망치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다. 그것은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헤매는 모든 인간의 성장과정일 뿐이다.
몇 시간 전, 나는 한 카페에 들어갔고, 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마치 신이 그곳에 돌을 던진 것과 같았다. 에너지의 파동이 나를 건드렸고, 구석에서 초상화를 그리고 있던 한 사내를 건드렸다. 그는 돌이 전해준 떨림을 느꼈고, 나 역시 그랬다. (중략) 나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계속 속에 없었던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믿고 싶다. 나 자신을 통제하며, 사랑을 거부하며 보낸 나날들이 정반대의 효과를 발휘했다. 나는 나에게 다른 종류의 관심을 보여준 첫번째 사람에게 빠져들고 있는것이다.
인간 존재의 목표는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고, 사랑은 타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속에 있다. 그것을 일깨우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하지만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우리는 타인을 필요로 한다. 우리 옆에 우리의 감정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을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평화롭게 먹고, 자고 , 일할 수 없다. 열정은 과거에 속하는 것들을 모두 파괴해버린다. 사람들이 열정을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자신의 세계가 와해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여 위협을 통제하고, 이미 먼지로 변해버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요 몇일 동안 계속 그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운명이 그녀의 길 위에 가져다놓은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그것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그 사치를 즐길 수 있었다. 머지않아 이 도시를 떠날꺼니까. 그녀는 그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그 단계의 삶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며칠 후, 마리아는 자신이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슬프지도 불안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자유로웠다.
한 남자를 만났고, 그에게 빠져들었다.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를 구실 삼아 내가 사랑에 빠지는 것을 허락했다. 석 달 후면 나는 먼 곳에 가 있을 것이고, 그는 하나의 추억에 불과하리라. 하지만 사랑 없이 사는 것을 더는 견뎌낼 수가 없었다. 나는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그가 나를 위해 한 것을 나도 그를 위해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생각을 했고, 내가 그 카페에 우연히 들어간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만남은 육체가 서로를 보기도 전에 영혼에 의해 준비되는 것이니까. 그러한 만남들은 우리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 우리가 감정적으로 죽어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을 때 이루어진다. 그 만남들은 우리를 기다리지만, 우리는 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피한다. 하지만 우리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우리에게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아니면 우리가 삶에 열광해 있을 때, 미지가 모습을 드러내고 세계는 흐름의 방향을 바꾼다.
누구나 사랑할 줄 안다. 그것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기억해내야 한다. 단 한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두 지나간 감정들이 불길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기쁨과 고통, 추락과 회복을 다시 살아내야 한다. 새로운 만남들 뒤에 존재하는 운명을 알아볼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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